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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2012/04/13 11:49

 

따뜻한 봄에 어울리는 시

 

 

 

 

꽃씨

                     

                            최 계략

 

꽃씨 속에는

파아란 잎이 하늘 거린다.

 

꽃씨 속에는

빠알가니 꽃도 피어 있고,

 

꽃씨 속에는

노오란 나비떼도 숨어있다.

 

 

봄 시내

 

                           이원수

 

마알가니 흐르는 시냇물에

발벗고 찰방찰방 들어가 놀자.

 

조약돌 흰모래 발을 간질이고

잔등엔 햇볕이 따스도 하다.

 

송사리 쫓는 마알간 물에

꽃이파리 하나 둘 떠내려온다.

어디서 복사꽃 피었나보다.

 

 

 

                          오세영

 

성숙해 가는 소녀의 눈빛

속으로 온다

 

흩날리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봄은  피곤에 지친 춘향이

낮잠을 든 사이에 온다

 

눈 뜬 저 우수의 이마와

그 아래 부서지는 푸른 해안선

 

봄은

봄이라고 발은하는 사람의

가장 낮은 목소리로 안다

 

그 황홀한 붕괴, 설레는 침몰

황혼의 깊은 뜨락에 지는 낙화.

 

 

봄을 위하여

 

                     천상병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기운이 화사하다.

영구의 시인 바이론다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

봄이여 빨리오라.

 

 

 

 봄에 소박하게 질문하다

                         

                                                             엄원태

 

몸 풀린 청량천 냇가 살가운 미풍 아래

수북해서 푸근한 연둣빛 미나릿단 위에

은실삼단 햇살다발 소복하니 얹혀 있고

방울방울 공기의 해맑은 기포들

바라보는 눈자위에서 자글자글 터진다

냇물에 발 담근 채 봇둑에 퍼질고 앉은 아낙네 셋

미나리를 냇물에 씻는 아낙네들의 분주한 손들

너희에게 묻고 싶다. 다만, 살아 기쁘지 않느냐고

산자락 비탈에 한 무더기 조릿대들

칼바람도 아주 잘 견뎠노라 자랑하듯

햇살에 반짝이며 글썽이는 잎, 잎들

너희에게도 묻고 싶다. 기쁘지 않느냐고

폭설과 혹한, 칼바람 따윈 잊을 만하다고

꽃샘추위여 황사바람까지 견딜만 하다고

그래서 묻고 싶다. 살아 기쁘지 않느냐고

 

 

 

봄은 고양이로다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Posted by gomaa